
잠깐 요약
가수 클레오(코린 마챈드)는 건강진단을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불안감에 점쟁이를 찾아가지만 불길한 점괘를 받고. 도우미 앙젤(도미니크 다브레이)과 함께 집에 돌아온 클레오는 애인(호세 루이스 드 빌라롱가)의 방문을 받는다. 늘 바쁜 애인은 곧 사라지고. 늘 누군가의 시중을 받던 클레오는 황망한 마음에 혼자 산책길에 나선다.
영화의 특징
거의 실시간 라이브(?) 영화
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90분인데 영화에서 다루는 시간은 딱 두 시간. 그러니까 영화가 다루는 시간과 러닝타임에 별 차이가 없다. 그러다 보니 클레오의 오후 두 시간을 밀착해서 따라가는 영화가 되겠다.


전반부와 후반부가 크게 달라지는 영화
영화 초반부의 클레오는 가발을 착용하고 땡땡이 원피스에 어딘가 헐렁해 보이는 모습으로 나온다. 자기 집에 들어서서는 우선 구두부터 아무렇게나 팽개쳐 버리고 옷도 아무데나 벗어버리면 시중을 드는 앙젤이 따라다니면서 일일이 수거하고 정리한다. 애인이 찾아왔을 때는 그에게 매달리고 그가 바쁘다며 바로 떠나자 절망한다.
그러다 영화 후반부에서는 우선 옷차림부터 달라지는데. 검은 원피스에 선글라스를 끼고 가발도 벗어던진다. 초반부에 비해 좀 더 각성한 모습이고 주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공원에서 만난 안토인(안톤 보세일러)과는 점점 가까워지며 애인과는 달리 좀 더 주체적으로 그를 선택하고 다가서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여성 영화
이 영화는 감독부터 여성이다. 나오는 주요 인물 역시 여성들이고 남성들은 대개 보조적 역할에 머문다. 인상적인 부분은 60년대 파리를 다루고 있음에도 여성 택시 운전사가 나온다는 점이다. 주인공 클레오도 철부지 가수에서 좀더 성숙하고 주체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시간을 강조하는 영화
영화 타이틀부터 5시부터 7시까지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거의 15분 단위로 시간의 경과가 자막으로 뜬다. 또한 초반부에 영화의 요일이 화요일임이 계속 환기된다. 물론 그건 어떤 미신과 관련된 방식이다. 또한 클레오와 앙젤이 타고 가는 택시를 통해서는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에서 폭동이 일어난 시점이며, 구소련 지도자 후루시초프와 미국 대통령 캐네디의 정상간 만남이 이뤄지던 때임을 명확히 드러낸다.
이렇게 시간을 강조하는 것은 시간은 대체로 남성의 소유물이며 여성들은 시간과는 다소 무관하게 산다는 편견에 대한 복수가 아닐까.
칼라에서 흑백으로 전환
이 영화는 칼라로 시작하지만 곧 흑백으로 전환돼서 영화 내내 진행된다. 초반 칼라에서 흑백으로 바뀌는 시점에 다소 답답할 수 있겠다.
봉준호 감독이 자막을 읽어야하는 외국 영화에 대한 편견을 버려주기 위해 ‘1인치라는 장벽’을 넘으면 다른 세상을 감상할 수 있다는 명언을 남겼는데 이 영화에 대해 역시 그런 수사를 쓰고 싶다. 너무 볼 것도 많고 즐길 것도 많은 요즘, 굳이 흑백 영화를 찾아봐야 할 필요도 없고, 그런 의무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하지만 고 장벽, 흑백으로 전환되는 순간의 고 장벽을 통과하고 나면 그 후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다른 세계를 실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반드시 봐야할 영화' 류의 기나긴 리스트에 자주 포함되곤 하는데 흔히 '누벨바그'라는 카테고리가 따라붙는다.
▷비슷한 분위기라는 한국 영화<최악의 하루>가 있다.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라는 대놓고 오마주한 한국 영화도 있는데 현재는 감상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다.
- 평점
- 7.2 (2016.08.25 개봉)
- 감독
- 김종관
- 출연
- 한예리, 이와세 료, 권율, 이희준, 이승연, 최유화, 김준범, 설창희, 조부현, 옥주리, 강숙, 이재순, 고재운, 황복순, 조미초, 배영해, 권옥희, 심국영, 서양훈
- 평점
- 8.1 (1962.01.01 개봉)
- 감독
- 아녜스 바르다
- 출연
- 코린 마르샹, 앙트완 부르세이예, 도미니끄 다브레이, 도로시 블랭크, 미셀 르그랑, 호세 루이드 드 빌라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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