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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연과상상 포스터
<우연과 상상> 중 "다시 한 번"의 한 장면

<우연과 상상>은 3장으로 나뉘지만 그 3장이 그렇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한편 한편을 따로 리뷰를 해도 크게 지장이 없을 정도고 독특해 보이고도 싶어서 3장 <다시 한번>만 따로 리뷰해 보겠습니다.

 

3장 <다시 한번>은  1장 <마법 (보다 더 불확실한 것)>이나 2장 <문은 열어둔 채로>에 비해 연령대가 올라간 중년 여성들이 오랜만에 동창회에 참석하는 걸로 시작한다. 거기에 특별한 성향을 가진 여성이 자신의 추억을 보듬으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우연과 상상>의 영화 포스터가 3장 <다시 한번> 중 한 장면인 걸로 봐서 <우연과 상상> 중 가장 중점적으로 봐주길 바라는 파트인 거 같다. 

 

줄거리

나츠고(우라베 후사코)는 20년만에 동창회에 참석하지만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쭈뼛거리기만 하다가 돌아간다. 그다음 날 모교 근처 식당으로 다시 찾아가서 밥을 먹고 돌아오다가 우연히 에스컬레이터에서 동창을 만나 반가워하고 그의  집까지 같이 가서 한참 얘기를 나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서로 모르는 사이. 레즈비언인 나츠코는 학창 시절 사귀었던 동성 애인과 착각했던 거고 나츠코가 동창이라고 생각했던 아야(카와이 아오바) 역시 학창 시절의 친구와 착각을 했던 것. 그러나 이 사실을 안 다음에도 서로 친구 행세를 해주며 그동안 묻어두었던 앙금이나 소회를 풀어놓는다.

 

 

제론(Xeron)
인터넷으로 감염되는 바이러스
연락처에 있는 사람에게 무작위로 파일을 보내 감염시킨다.
2019년에 발견된 후 모든 기밀이 누출됐고 전 세계 네트워크가 중지 돼 우편과 전신 시대로 회귀했다.
이 상황이 일시적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 <다시 한번> 중에서

감상

이렇게 서로의 추억이 되어 주고 이야기가 끝나는데 이야기 자체도 굉장히 흥미롭고 감독의 위트, 일상을 보는 시선 같은 게 날카롭고 재치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 가지 짚고 넘어 가고 싶은 건 <다시 한번>의 설정이 '2019년에 발발한 컴퓨터 바이러스 제론이 모든 네트워크를 셧다운시킨다.'는 배경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과거로 회귀하여 오프라인 시대가 돼버린 것. 왜 이런 설정을 집어넣었을까. 영화를 보면 이런 설정이 굳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왜 가상의 컴퓨터 바이러스를 설정했을까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2019년에 코로나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코로나는 진짜 바이러스,  '제론'은 컴퓨터 바이러스

<다시 한번>은 <우연과 상상>이라는 메인 타이틀에 걸맞게 시대 자체를 '상상'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 시대는 역으로 온라인이 약화되고 오프라인이 강해지면서 비대면이 아니라 '강대면' 시대가 된 것. 동창들이 모이고, 만나면 부둥켜안고 서로 붙잡고 반가워하며 마스크 없이 맨얼굴을 마주 하고, 이전에는 인터넷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일들을 굳이 얼굴 맞대고 해야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의 만남이 적어졌는데 그 이전의 '대면 시대'가 그리웠던 것일까. 코로나 이전, 그러니까 온라인이 강세이기 이전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담은 것이나 역발상적인 상상이 참으로 참신하고 기발하다.

일본은 한국이나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여전히 CD도 많이 듣고 카드는 덜 쓰는 일본의 아날로그 집착에 대한 반영일 수도 있겠다.

 

 
우연과 상상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걸 믿어볼 생각 있어?”   `메이코`는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친구에게 새로운 연애 상대 이야기를 듣는다. 여대생 `나오`는 교수 앞에서 그가 쓴 소설의 일부를 낭독한다. 20년 만에 고향을 찾은 `나츠코`는 그토록 만나고 싶던 동창생과 재회한다.  우연이 만들어내는, 조용히 아주 크게 움직이는 인생의 순간들이 있다.이 영화는 그에 대한 상상의 결과물이다.
평점
8.2 (2022.05.04 개봉)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출연
후루카와 코토네, 현리, 나카지마 아유무, 모리 카츠키, 시부카와 키요히코, 카이 쇼마, 우라베 후사코, 카와이 아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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