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한직업> 말의 힘, 이병헌 감독 '유퀴즈 온더 블록'

 

보기만 해도 명절 기분이 드는 영화 <극한직업>입니다. 이병헌 감독 작품이고 류승룡, 이하늬 등이 출연했습니다. 이번에 '유퀴즈 온더 블록'에 이병헌 감독이 출연하면서 다시 돌아볼 계기가 됐구요.  극 중 소재가 되는 치킨 집처럼 치킨이라도 뜯으면서 보면 더욱 재밌을 영화입니다. 

 

줄거리

번번이 범인검거에 실패한 마약반은 국제 마약 범죄조직의 두목 이무배에 관한 첩보를 입수하고 아지트 인근 치킨집에서 잠복근무를 한다. 그러다 치킨집이 거덜나는 바람에 그 치킨집을 인수하기로 하고. 그러나 원하던 범인 검거에는 번번이 실패하던 마약반은 원치 않던 치킨 사업으로 대박을 치는데…

 

농담을 실천해보라고 조언하는 이감독, 출처:유튜브

대사가 반박자 앞서가는 전반부

이병헌 감독의 영화나 드라마는 그 대사의 맛이 감칠나기로 유명하다. 이 영화 역시 예외는 아닌데 어떻게 저런 대사를 쓸 수 있을까 하는 탄복이 절로 나는 장면이 여럿 있다. 각본가 출신인 이병헌 감독은 아무래도 작가 출신답게 영화의 여러 방면 중에서 대사의 힘을 믿는 듯하다. 그는 '유퀴즈 온더 블록'에서도 하고 싶은 말을 원 없이 풀어보고 싶었다는 인터뷰를 했는데, 영화가 우선 시각적으로 어필하는 매체라면 보여주고 싶은 걸 원 없이 보여주고 싶다 가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을 원 없이 하고 싶었다는 말은 그의 작가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영호(이동휘)가 "범인이 언제 뜰지 알고 이러느냐"하는 대사 뒤에 바로 범인들이 뜨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그가 일단 대사를 던져 놓고 그 다음 그에 맞는 행동을 찾아내는 습관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이병헌 감독이 말의 힘을 믿는 사람이라는 건 유퀴즈에서 유재석이 조세호에게 "오늘 하루가 엉망진창이 되었으면 좋겠어"라는 농담을 하자 이감독이 조세호에게 진짜로 엉망진창이 되도록 노력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언을 했을 때 실감할 수 있었다. 

'유퀴즈 온더 블록' 이병헌 감독 출연분 ▶클릭

 

 

독수리5형제 콘돌죠와 마약반 영호

캐스팅과 연기

마약반은 총 5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여자 형사(장형사)도 한 명. 추억의 애니메이션 독수리 5형제와 같은 구성인데 그중에 리더가 구형사이고 2호는 영호(이동휘) 3호는 장형사(이하늬) 4호는 마형사(진선규) 5호는 막내 재훈(공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2호 영호는 독수리 5형제의 콘돌죠처럼 어딘가 어둡고 1호가 하는 일에 다소 반항적이다. 잘 안 되는 형사 일 보다 잘 되는 치킨집 일에 다들 열광하지만 오직 영호만이 이런 동료들이 못마땅하다.

사실 여기서 캐스팅의 아쉬움은 느낄 수 없었다. 정직한 듯하면서 이글거리는 눈빛을 지닌 류승룡도 구형사 역에 딱이었다고 본다. 다른 배우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드는 배우는 없었다. 다만 3층 아줌마 역할에 황석정 배우였어도 재미있었을 거 같다.

 

<극한직업>중 이무배와 테드창, 출처: 구글

이무배와 테드창

이 영화를 통해 오정세 배우가 한 동안 테드창으로 통했다. 영화 초반부에 테드창이란 이름이 처음 등장했을 땐 중국계 마피아 보스가 아닐까라는 포스가 느껴졌다. 하지만 첫 등장 씬에 오정세는 파마머리에 헤어밴드를 두르고 선글라스를 낀 채 피자집 테이블에 앉아있다. '테드창'이라는 이름은 그의 본명 창식에서 온 것. 이무배가 너 영어 이름 지을 줄 모르지라고 놀리자 테드창은 '어버버'한다. 테드창은 영화 <컨택트>의 원작을 쓴 유명 SF 작가의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영웅본색>을 패러디한 <극한직업>의 결말부

액션으로 마무리

아직 관객의 정신이 똘망똘망 할 때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대사로 관객의 두뇌를 희롱하지만 영화 후반부에는 강렬한 액션으로 졸음에 빠진 관객의 주의를 불러 모은다. 마약반 5명은 범인 검거에 늘 실패해서 해체 위기에 놓인 루저 집단 같지만 실은 다들 무술 유단자에 싸움의 달인들. 막판 구반장과 이무배(신하균)의 대결은 구반장이 형사라기보다는 영역을 침범당한 영세 자영업자처럼 느껴지기도. 실제로 그가 그와 관련한 대사를 친다. 형사 구반장이 범죄자를 잡은 게 아니라 수원왕갈비 통닭집 사장이 자기 브랜드를 욕보인 가짜 프랜차이즈 CEO를 쓰러뜨린 셈이다.

이 영화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통해 마약을 배달한다는 영화적인 설정에서 나왔지만 개봉 후 4년이 지난 현 시점에선 이런 설정이 전혀 허황되지만은 않게 되었다. 마약을 편의점에서 구하 듯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요즘, 어쩌면 시대를 한참 앞서 간 설정인지도 모르겠다.

같이 보면 좋을 드라마는 역시 이병헌 감독의 <멜로가 체질>

 

 

멜로가 체질

서른 살 여자 친구들의 고민, 연애, 일상을 그린 코믹드라마

시간

금, 토 오후 10:50 (2019-08-09~)

출연

천우희, 전여빈, 한지은, 안재홍, 공명, 윤지온, 이유진, 이주빈, 한준우, 김명준, 정승길, 설우형, 백지원, 김영아, 허준석, 이지민, 류아벨, 미람, 이하늬, 박형수, 서상원, 강애심, 백수희, 전신환, 진석진, 박상우, 남영주, 윤설, 김지연, 위신애, 손석구, 이학주

채널

JTBC

 

극한직업

낮에는 치킨장사! 밤에는 잠복근무! 지금까지 이런 수사는 없었다! 불철주야 달리고 구르지만 실적은 바닥, 급기야 해체 위기를 맞는 마약반!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팀의 맏형 고반장은 국제 범죄조직의 국내 마약 밀반입 정황을 포착하고 장형사, 마형사, 영호, 재훈까지 4명의 팀원들과 함께 잠복 수사에 나선다. 마약반은 24시간 감시를 위해 범죄조직의 아지트 앞 치킨집을 인수해 위장 창업을 하게 되고, 뜻밖의 절대미각을 지닌 마형사의 숨은 재능으로 치킨집은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다. 수사는 뒷전, 치킨장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마약반에게 어느 날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는데… 범인을 잡을 것인가, 닭을 잡을 것인가! 2019년 새해, 출동!

평점

7.4 (2019.01.23 개봉)

감독

이병헌

출연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신하균, 오정세, 김의성, 송영규, 양현민, 허준석, 장진희, 신신애, 김지영, 김강현, 김종수, 이중옥, 최정은, 한준우, 지찬, 이한종, 김성우, 이동용, 김병호, 한동희, 박재홍, 안성봉, 권지훈, 조주한, 박도영, 편광진, 이유진, 하철, 서호철, 나철, 장지웅, 태원석, 이정수, 이왕수, 이상찬, 박정표, 장격수, 이하늬, 박진아, 이운산, 김남우,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