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브래드 피트, 에드워드 노튼, 헬레나 본햄 카터
개봉: 1999. 11. 13
러닝타임: 139분
개요
보험회사 사고 조사원인 '화자'(에드워드 노튼)은 전국을 오가며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그러다 비행기 옆좌석에서 타일러 더든(브래드 피트)이란 묘한 인물을 알게 되고 그에게 빠져든다. 한편 암치료 모임에서 알게 된 말라(헬레나 본햄 카터)라는 퇴폐적인 여자에게 묘한 매력을 느낀다. '화자'는 타일러와 함께 '파이트 클럽'이라는 맨주먹싸움 모임에 나가게 되고 그 모임은 일종의 유사종교 처럼 돼 가며 도시의 공공 기물을 파괴하는 사건을 벌인다.
*'화자'에게는 특정한 이름이 없음
파이트 클럽의 매력
이 영화는 지금 봐도 매력있습니다. 나온 지 25년 정도 된 영화인데도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구요. 심지어 이젠 전설이 돼버린 <매트릭스>도 지금 보면 약간 구닥다리(그 작품성은 퇴색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같은 인상이 없지 않은데 이 영화는 여전히 감각적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참신함 만으로 무장하고 있진 않습니다. 바로 바탕이 되는 이야기 구조는 굉장히 오래된 영화 장르의 구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바로 필름 느와르라 불리는 장르입니다.
느와르 영화, 정확히는 네오 느와르가 아닌 정통 느와르의 전개 공식은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1) 결말부터 시작해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플래시백) 왜 이런 일이 생겼나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간다.
타일러가 '화자'의 입에 총구를 넣고 있는 장면은 <파이트 클럽>에서 결말부에 해당하나 영화의 맨 앞에 배치했다.
2) 자본주의 욕망 즉, '돈과 섹스'를 전면에 놓는다.
'화자'의 직업은 보험사 사고 조사원이다. 그는 사람들이 죽은 사고의 현장을 '금액'으로 환산하는 일을 한다. 보험사는 어쩔 수 없이 생명과 재난을 금액화 한다는 점에서 가장 자본주의적인 산업이다.
느와르 장르에선 보험금을 노리고 살인을 저지르는 설정이 자주 등장한다.
3) '팜파탈'이라 불리는 퇴폐적인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팜파탈은 종속적이 않고 주체적이지만 남성의 여성에 대한 원초적인 갈망과 공포가 투영된 그림자이다.
4) 이 두 가지 욕망이 주인공을 파멸로 이끈다.
<파이트 클럽>에서는 주인공이 도시 곳곳에 폭탄을 설치해서 빌딩들이 폭파되는 장면으로 끝난다.
5) 전체적으로 어둡고 끈적끈적한 느낌으로 간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몹시 드라이하다.
<파이트 클럽>과는 무관하지만 왠지 느와르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우울하면서도 드라이한 도시의 밤을 그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파이트 클럽>은 이런 클래식한 필름 느와르의 형식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겉보기에 스타일은 매우 감각적이지만 20세기 초에 탄생한 필름 느와르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네오 느와르에는 포함되지 않는 거 같습니다. 그런 세세한 장르 구분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만.
클래식한 뼈대에 스타일쉬한 옷을 입힌 꼴입니다. 그래서 단단하면서도 언제 봐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이런 클래식 느와르의 원조에는 <이중배상>, <선셋대로> 등이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파이트 클럽>은 애초 에드워드 노튼 자리에 맷 데이먼이 물망에 올랐다고 합니다.
지금 보면 에드워드 노튼이기를 백번 잘한 것 같아요. 물론 맷 데이먼이었으면 그만의 새로운 영화가 나왔겠지요.
초반에 에드워드 노튼의 건조하면서 차분한 나레이션이 영화의 몰입감을 높이는 거 같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에드워드 노튼이 주연한 <인크레더블 헐크>와도 유사점이 없지 않습니다. 바로 에드워드 노튼과 헐크가 동일인이 듯이 '화자'와 타일러 더든이 동일인이니까요. 이렇게 한 인물 안에 공존하는 완전히 또 다른 인격을 다룬 영화의 고전에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 가 있습니다.
<파이트 클럽>은 이렇게 클래식한 이야기 구조를 따르기 때문에 지독한 남성 편향이라는 욕을 먹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남자들만의 주먹질과 그로 인해 커가는 폭력과 파괴를 다루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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