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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를 다룬다. 

아이들이 선생님 앞에 일렬로 줄지어 서 있다.
헤일셤에서 특별 대우를 받는 복제인간 아이들

 

“1952년 획기적인 의학 발전이 시작되면서

과거 치료 불가능하던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1967년에 이르러 기대 수명은 100세를 넘기게 된다.”

 

이 영화는 이런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1967년에 이미 기대 수명이 100세를 넘겼다니,

과학의 진보가 인류의 영원한 번영을 보장하게 된 걸까? 

 

영화의 줄거리

복제인간들을 위한 헤일셤에서는 특별한 교육을 한다. 그들은 복제인간이지만 일반인 수준의 교육과 배려를 받는다. 어느날 루시 선생님으로부터 아이들이 특별한 존재라는 암시를 받는다. 그리고 나서 루시는 해고당한다 

캐시는 토미에게 호감이 있지만 그런 관계를 눈치챈 루스가 먼저 토미에게 다가가 둘이 사귀게 된다. 

성인이 된 그들은 헤일셤에서 나와 코티지로 이관된다. 그곳에서 그들은 헤일셤 출신이 아닌 다른 복제인간들도 만나게 된다. 루스는 자신의 원본을 찾아나서기도 하고 원본을 찾아내고는 분개한다. 그들은 그들의 운명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운명을 맞이하게 된 그들에게 진정한 사랑을 증명하면 장기기증이 유예된다는 소문이 떠돈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그 소문에 매달리지만 헛소문임이 밝혀진다.

영화의 엔딩. 캐시는 장기를 기증하고 입원해 있는 복제인간들의 간병인 역할을 한다. 이들은 서너 차례 장기를 이식하고는 최후를 맞는다. 마지막 장기이식 절차를 치르는 토미는 캐시가 보는 앞에서 눈을 감는다. 캐시의 마지막 대사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우리의 생명이 우리가 살리려는 생명들과 그토록 다르단 말인가?”

 

대체 역사, 또는 멀티 버스?

이 영화는 미래에 일어날 법한 일을 과거로 바꾸어 진행시킨다. 이런 걸 ‘대체 역사’라고 하던데 글쎄 이 영화에도 이 말이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보단 '멀티버스'란 말이 나으려나. 암튼 미국이 1960년대에 우주 개발에 투입한 돈을 바이오테크놀로지에 깡그리 쏟아부었다면 이 시점에 이런 복제인간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1960년대에 인간이 달에 착륙한 게 어쩌면 그 당시에 복제인간이 나왔다는 말만큼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리기도 하니까. 

 

여튼 이 영화는 어렸을 때부터 형제, 자매처럼 또는 연인처럼 자란 청춘들의 꿈과 좌절을 다루고 있다. 정확히는 좌절만 다룬 거겠지. 이들은 꿈을 꿀 수 없다. ‘정상’ 인간들에게 장기를 건네주고 죽어야 하는 운명이니까. 그럼에도 이들이 미래의 꿈을 이야기할 때는 일말의 짠한 감정이 몰려온다. 관객은 이들에게 미래가 없단 걸 안다. 영화 속 인물들도 그걸 안다. 영화 상에선 은밀히 그들도 어렸을 때부터 그들의 운명을 안다는 암시가 나온다. 그럼에도 태연히 미래의 계획 털어놓는 그들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처연함이란.



브레이킹 정보:악몽은 수면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심하지만 않으면 오히려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키워 준다는 연구가 있다.

"악몽(惡夢)이 스트레스 줄여준다"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과거를 다룬 영화'이기에 이 영화를 다 보고 났을 때의 느낌은 악몽에서 깨어났을 때의 그것과 비슷하다. 슬플 때 슬픔으로 슬픔을 치유하듯이 악몽이 '악몽 같은 현실 세계'에서 백신 역할을 해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일종의 백신 같은 영화다. 이런 백신을 맞고 이런 현실이 도래하지 못하도록 우리 같이 막아서자고 웅변하는.


다수가 소수를 다루는 방식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장면 중 하나가 복제인간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영혼이 있는지 판별하는 장면이다. AI가 그림을 그리는 요즘 관점으로, 그림으로 영혼을 판별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들에게는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면죄부가 필요했을 것이다. '영혼 판독관'이 "얼레 얘네들한테도 영혼이 있네여?"라고 판정할 리가 없잖은가.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어 한다. 우리가 죽이고 있는 건 영혼이 없는 생명체다. 영혼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 아닌 생명체, 즉 '악마'를 죽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죄가 없다. 이건 중세 마녀 사냥의 논리다. 다수는 이런 식으로 소수를 억압하고 희생시켜 왔다. 다수의 소수에 대한 폭력, 전체를 위한 소수의 희생 등은 늘 이런 식으로 정당화되곤 했다. 

 

토미가 캐시를 보면서 미소 짓고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 이식 수술을 하는 토미

마지막 장면에서 캐시를 바라보며 숨을 거두는 토미의 시선은 여운이 길다. 그들은 하나 같이 말한다. 나를 보내지 말아 달라고(Never Let Me Go). 하지만 복제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은 결국 그렇게 가고 만다. 

 

“나를 보내지 말아줘”

“나를 보내지 말아줘”

“나를 보내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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