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경 여행기>는 웨이브 오리지널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이종필님이 감독했고 8부작 중 4부가 5. 24 선공개 됐습니다. 4부까지 줄거리와 감상 포인트예요.
기본 설정과 줄거리
국어 교사 박하경(이나영)은 삶에 치일 때마다 하루 씩 여행을 떠난다. 그녀의 모토는 ‘걷고, 먹고 멍때릴 수 있다면’ 어디든 좋다.
1부. 마음 내다버리기기
하경이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해남 땅끝 마을의 어느 절집. 그녀는 템플 스테이를 신청했지만 숙박은 하지 않고 당일로 돌아가기로 한 상태. 처음에 말 많은 처사를 만났다가 이내 묵언 중인 정아(선우정아)를 만난다. 그곳에서는 소설 쓰는 작가(서현우)도 있고 요가하는 분도 있고 명상도 하고 차도 마신다. 고요해야 할 곳에서 오히려 더 치이는 기분이 든 하경은 혼자 산속을 걷다 정아를 다시 만나 동행한다. 그 둘은 말없이 교감을 나누다 먼 곳에 해가 지는 것을 보다가 정아가 처음으로 말문을 떠뜨린다. “이제 좀 살겠네.”
2부. 꿈과 우울의 핸드드립
하경이 두 번째로 떠난 곳은 군산. 제자 김연주(한예리)의 전시장을 찾아간다. 그곳은 커피도 팔고 타로도 보고 전시도 하는 복합 공간이었다. 제자 연주는 아직 신출내기 예술가. 그가 하는 퍼포먼스나 그림은 어딘지 어설프다. 그가 그린 자화상이란 작품을 하경은 어떻든 좋게 봐줄라고 갖은 칭찬을 늘어놓지만. 그곳에 모인 객 중 하나가 그림은 좋으나 타이틀이 엉망이라는 말을 해서 하경을 무안하게 만든다. 에피의 막바지 연주의 어설프기 짝이 없는 공연에 '동네 초딩'마저 흥을 깨는데. 마음 착한 하경이 공연에 추임새를 넣자 공연이 살아나면서 나름 성공적인 공연이 된다.
3부. 메타멜로
하경이 세 번째로 도착한 곳은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일대. 그곳에서 우연히 창진(구교환)을 만나고 말을 섞는다. 천성이 착한 하경은 창진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창진은 그런 하경에게 호감을 느낀다. 우연히 그들의 만남은 계속되고 밤이 깊어 다음 날을 기약해야 하는 순간이 되는데. 다음 날 만날 약속을 잡으며 창진은 시간만 정해놓고 구체적인 장소를 정하지 않는다. 우연히 만나자면서. 아무 생각 없을 때 우연히 잘도 마주쳤으나 우연히 만나기를 바라자 오히려 그들은 만나지 못한다. 다시 서울로 돌아온 하경은 부산에서 먹은 밀면 맛을 잊지 못해 서울의 한 밀면집을 찾고. 우연인지 얼마 후 그곳을 찾은 창진은 밀면을 먹다가 영화는 계속된다면서 스스로 ‘컷’을 외친다.
4부. 돌아가는 길
하경은 IPTV 문제로 우왕좌왕하는 아빠에게 전화로 어떻게 하는지 설명한다. 그러다 그녀의 네 번째 도착지 속초에서 한 노인(박인환)을 만난다. 노인은 터미널에 마련된 TV를 보다가 요즘 젊은 것들은 힘든 일을 하지 않는다면서 자신이 젊었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며 호통친다. 그러다가 주변 사람과 소소한 시비도 붙고 그 근처에 있던 하경과도 얼떨결에 말다툼을 벌인다. 모든 일에 고분고분하고 남 말 들어주기 좋아하는 하경은 어쩐 일인지 정색하며 노인의 말에 꼬박꼬박 반박한다. 노인은 노발대발하고. 하필 서울로 돌아오는 고속버스에 동승하게 된 두 사람과 노인의 아내. 어색한 기분으로 서울까지 돌아온 하경은 노인 부부의 뒤를 쫓아가 아까는 말이 너무 심했다며 사과하고 노인 역시 어색해하다가 직접 만들었다며 수제과자를 하경에게 선물한다. 집으로 돌아온 하경은 보따리를 풀고 과자를 맛있게 맥주 대자 짜리와 같이 먹고 마신다.
감상 포인트
게스트
한 회 당 인상적인 게스트가 등장한다. 첫 회는 선우정아와 서현우, 둘째는 한예리, 3부는 구교환, 4부는 박인환. 정말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한 이나영도 반갑지만 이들 게스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예리는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물만난 듯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한예리 입덕하기로 했음.
여행지
숙박하지 않는 당일치기 여행이다. 첫 방문지는 해남, 그리고 군산, 부산, 속초 등 여행 명소가 속속 등장한다. <박하경 여행기>를 보다가 이나영이 방문한 여행지를 직접 똑같은 동선으로 방문해고픈 충동이 들었다. 어쩌면 박하경 여행지라는 여행 상품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영상미와 그밖에
요즘 드라마들이 대개는 때깔이 좋지만 이 드라마도 한 때깔하는 게 분명하다. 해남의 절집은 늘 빌딩 숲에 치여 사는 도시민들에게 일종의 해방감을 선사할 지도. 요즘 유행하는 멍때리기도 행위보다 존재에 더 주목하는 우리 식의 지혜인지도 모르겠다.
군산의 공연장 역시 어딘가 살짝 그로테스크 하면서 색다른 공간에 와 있음을 실감케 해주는 장치가 많다. 어설픈 유튜버와 ‘액티비스트’로 소개하는 운동가는 이런 공간에 바람을 빼주면서 긴장을 풀게 해준다.
부산 영화제 일대 - 하경과 창진이 야외극장에서 함께 보는 영화는 <달세계 여행>이라는 최초의 SF영화이다. 그들이 보는 영화가 최초의 SF영화이며 3부의 타이틀이 ‘메타멜로’라는 점, 그리고 창진이 스스로 ‘컷’ 하면서 에피가 마감되다는 점 등이 주목된다.
4부의 속초는 하경에게 최초의 여행지이고 아버지와의 추억이 있는 곳. 그곳에서 생각이 달라서 전혀 소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한 노인을 만나고 말로서 통하지 않던 그들이지만 작은 정성과 보답(과자)으로 그들의 사이의 장벽이 눈 녹듯 녹아내린다. 말은 매우 중요하지만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까.
<박하경 여행기>는 회당 25분 정도 짧은 분량입니다. 5-8부는 5. 31 공개 예정이라네요.
- 시간
- 수 Invalid Date (2023-05-24~)
- 출연
- 이나영, 구교환, 길해연, 박세완, 박인환, 서현우, 선우정아, 신현지, 심은경, 조현철, 한예리
- 채널
- Wav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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