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네에 새로 오픈한 GS25 슈퍼에 들렀다.
근처에 없던 브랜드라 기대에 차서 몇 가지 쇼핑을 하고 계산대에 섰다.
웬 젊은 남자가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스포츠 머리에 호리호리 날씬하고 잠바 차림에 뭔가 포스도 남다르다. (쉽게 말해서 조양은 같은)
손님이 기다리는데도 핸드폰을 내릴 줄 모른다.
그렇게 몇 초가 지속되다가 날 보더니 물건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난 물건을 주워 담으면서 종량제 봉투도 하나 달라고 했다.
“몇 리터 드려요?”
“3리터 주세요.”
“3리터짜리 하나 드려요?”
“네”
대답을 두 번 했다. 기다린 것도 억울한데 대답을 두 번 했다. 그것도 한 번은 '네'라고 대답했다. 기분이 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번째 질문은 불필요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질문하는 사람과 대답하는 사람.
사실 3리터 말고 더 작은 거 뭐 있어요?라고 질문도 하고 싶었는데 그 말이 안 나왔다. 조양은 닮아서 그런가?
그리고 계산 끝에 흔히 그렇듯이 포인트 번호를 물었다. 난 GS25 슈퍼는 몇 년 만에 가는 터라 그곳 포인트가 있는지 없는지 가물 가물해서 혹시 포인트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직원이 아주 잠깐 인상을 쓰더니,
“그럼 포인트 있는지 확인해 드릴게요.”
라고 약간은 체인점 특유의 시스템화 된 어투로 말을 했다.
'네'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 직원.
"없는데요."
“없어요?”
그래서 그냥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갑자기
“있긴 있는데 휴면 계정이에요. 로그인만 한번 하시면 돼요.”
아니 이 XX, 없다 그래 놓고.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위 대사가 아니었다.
“아, 있긴 있어요?”
이렇게만 말하고 슈퍼를 나섰다.
돌아오면서 여러가지로 화가 났다.
손님이 왔는데 핸드폰을 보고 있는 것부터 외모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맘에 안 들었다.
그리고 영수증도 주지 않았다.
난 도로 들어가 “아까 영수증 줬어요?” 하고 물었다.
“손님이 필요없다고 했잖아요?”
개XX 지가 안 줘 놓고 내가 필요없다고 했다고?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위 대사가 아니었다.
“내가 필요 없다고 했나?”
난 영수증을 받아 한참을 가다가 아무래도 화가 나서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심호흡을 세 번 정도하고 다시 돌아갈지 말지를 생각했다.
그러다가 세 번째로 가기로 결심했다. 가게로 도로 들어가서 영수증을 던지며 환불해달고 했다.
직원은 암말 없이 환불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슬쩍 “영수증 필요 없다고 그랬다고 거짓말을 해?”
“거짓말 안 했어요.”
“그럼 내가 거짓말 한다고?”
“에이 죄송해요.”
사과는 또 되게 빨리 한다. 너무 냉큼 인정해버리니까 오히려 더 기분 나쁘다.
그러면서 내가 화낸 거 때문이었는지 여러 가지 묻기 시작했다.
“여기 언제 생겼어요?”
“작년에요”
난 잠시 머뭇거렸다. 바로 얼마 전까지 다른 마트였던거 같은데… 하지만 확실친 않다.
“여기 전에 다른 마트였던 거….”
“우리가 계속 하고 있어요.”
아, 여기 직원이 아니고 가족 전체가 하는 곳인가 보다.
“내가 여기 처음 온 게 아닐 텐데.”
난 체인점으로 바뀌기 전 그러니까 동네 마트 시절 그곳에 가본 적이 있었다.
“그래요?”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말투다.
그리고 마트를 나왔다. 그리고 한 3일 정도 기분이 나빴다.
- 후속편에서 이어짐
손님이 와도 휴대폰을 보고 있는 캐셔도 처음 봤지만 터프가이가 캐셔라는 게 왠지 불편했고 전 그렇게 무례하다가 갑자기 시스템화된, 친절한 듯하면서도 사무적인 말투로 돌변하는 것이 영 속에 맞질 않았습니다.
써놓고 보니 그 사람은 날 별로 신경쓰지 않는데 난 그 사람을 무척 신경쓴다는 게 느껴지네요. 그때는 분명 화나는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글로 써놓고 시간이 지나서 보니 그렇게 화날 상황이었나도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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